전남도립미술관 ‘마나 모아나-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 개최
- 프랑스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공동 기획전 개최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은 오는 10월 2일(목)부터 2026년 1월 4일(일)까지 프랑스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관장 에마뉘엘 카자레루)과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유홍준)이 공동으로 기획한 순회전 《마나 모아나-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이 소장한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오세아니아 유물들을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선보이는 특별한 자리다.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은 대영박물관, 스미소니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함께 세계 4대 인류학·민속학 박물관으로 꼽히며, 아시아·아프리카·아메리카·오세아니아 등 비서구 세계의 예술과 문화유산 약 37만 점을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의 대표 국립미술관이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세계적 박물관의 주요 컬렉션을 바탕으로 오세아니아의 독창적 예술과 문화를 조망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가 전남도립미술관에서 개최된다는 점은 의미가 깊다. 태평양을 향한 길목에 자리한 전남도립미술관은 지리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오세아니아 예술을 선보이며, 단순한 해외 소장품 전시에 그치지 않고 바다를 건너 문화를 전해온 항해 전통과 지역성을 접목해 태평양 섬 문화와 항해 정신을 연결하는 장을 마련한다.
《마나 모아나-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전은 오세아니아가 수만 년 전부터 바다를 건너 정착하며 형성한 ‘푸른 대륙’으로서의 정체성을 비춘다. 기원전 2500년경 중국 남부와 타이완에서 시작된 대규모 이주는 탁월한 항해술을 바탕으로 태평양 전역으로 확산되었으며, 현재까지 약 1,200여 개의 언어와 다양한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문화적 맥락은 전시 제목 ‘마나 모아나(Mana Moana)’에 응축되어 있다. ‘마나(mana)’는 조상으로부터 이어받은 신성한 힘을, ‘모아나(moana)’는 모든 생명을 품는 바다를 의미한다. 이는 바다를 경계가 아닌 연결의 길로 바라보게 하며,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공존하는 의미로 확장한다. 오세아니아가 전하는 이야기와 기억은 경계를 넘어선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하고, 오늘의 삶 속에서 연대와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성찰을 환기시킨다.
전시는 총 네 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제1부 ‘물의 영토’에서는 항해술·카누 제작·신화 등을 통해 바다에 대한 오세아니아인의 인식을 다루며, 카누와 뱃머리 조각상, 섬을 형상화한 진열장 등을 통해 항해와 정착의 체험을 공간적으로 전달한다. 제2부 ‘삶이 깃든 터전’은 멜라네시아 유물을 중심으로 조상 숭배, 신성한 공간, 권력과 교환 의례를 조명하며 공동체 중심의 세계관을 탐구한다. 제3부 ‘세대를 잇는 시간’은 폴리네시아 지역의 신화와 조상 숭배, 마나와 타푸(Tapu, 금기·신성의 규범)를 통해 세대와 세대를 잇는 기억과 살아 있는 시간의 흐름을 다룬다. 마지막 제4부 ‘섬, 그리고 사람들’은 자개·깃털·고래 이빨 등 자연 재료로 만든 장신구를 통해 인간과 자연, 공동체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오세아니아인의 삶의 태도와 철학을 전한다.
전남도립미술관 이지호 관장은 “오세아니아에서 섬은 삶을 지탱하는 터전이자 신성과 예술이 태어난 근원이었다. 항해와 의례,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정신은 지금 우리에게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전한다. 이번 전시가 단순히 과거를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오늘의 삶과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바란다”며 “또한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과의 협업은 문화유산을 공유하고 새로운 시선을 나누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10월 2일(목) 오전 11시에는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 큐레이터의 특별 강연이 진행된다. 자세한 사항은 전남도립미술관 누리집(artmuseum.jeonnam.go.kr)과 공식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