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대구사진비엔날레가 1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대구 곳곳이 사진으로 물드는 특별한 시간이 펼쳐진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역시 이 흐름에 발맞추어 두 개의 기획전을 선보인다. 9월 2일부터 25일까지는 기후위기와 생태적 전환을 주제로 한 세계적인 사진가 닉 브랜트(Nick Brandt)의 개인전 <The Day May Break: 생존의 나날>을, 이후 11월 1일부터 16일까지는 자작나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 존재와 시간의 의미를 탐구하는 지역의 사진가 이만우의 개인전 <자작: 침잠의 숲>을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할 수 있다.
사진가 이만우가 오롯이 자작나무에 천착해온 15년의 여정을 담아 두 번째 개인전 《자작: 침잠의 숲》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약 30여 점의 신작과 더불어 영상 작업까지 함께 공개되며, 관객을 빛과 고요, 그리고 숲의 호흡이 교차하는 몽환의 공간으로 이끈다.
이만우는 2022년 첫 개인전 이후 더욱 단단해진 태도로 작업을 이어왔다. 그는 강원도, 몽골, 내몽골, 시베리아 등지에서 고독한 현장을 마주하며 자작과의 교감을 쌓았다. 혹독한 자연 앞에서 기다림을 선택하고, 빛과의 대화를 통해 완벽한 순간을 붙잡은 그의 작업은 단순한 풍경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맺는 내밀한 관계의 증언이다.
사진은 스트레이트 포토그래피의 방식을 따르지만, 그 속에는 자연을 소유하려는 시선 대신, 존재와 존재가 서로를 비추는 겸허한 태도가 배어 있다. 쓰러진 자작 앞에서는 상실과 회한을, 곧게 서 있는 자작 앞에서는 순백의 고결함을 비춘다. 사진과 영상이 함께 어우러지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풍경의 기록을 넘어, 숲이 건네는 존재와 시간에 관한 시적 언어를 관객에게 전한다. 또한 그 속에서 작가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을 더욱 깊이 있게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특히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열리는 기간에 맞추어 기획되었다. 루모스는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의 사진 애호가와 전문가들이 대구를 주목하는 이 시기에, 지역의 수준 높은 사진가를 소개하는 특별 기획전으로 이만우를 초대했다.
《자작: 침잠의 숲》은 단순히 한 작가의 개인전이 아니라, 국제 사진축제의 흐름 속에서 지역성과 세계성을 이어주는 교차점이다. 자작의 숲은 고요하지만, 그 안에서 피어난 성찰은 비엔날레를 찾은 이들에게 강렬한 울림을 남길 것이다. 이만우의 집요한 시선은 대구라는 지역이 지닌 사진예술의 깊이와 잠재력을 함께 증명한다.
“숲과 물가에 곱게 누운 순백의 자작나무, 물결과 바람의 숨결이 시간을 멈추게 한 듯 고요하다.
… 나는 침잠의 숲에 화석처럼 머문다.”
- 이만우 작가 노트 중에서.
이만우 두 번째 개인전 《자작: 침잠의 숲》은 단순한 풍경의 재현을 넘어, 자연을 향한 겸허한 태도와 내적 고독 속에서 길어 올린 성찰을 담는다. 작가의 렌즈는 자작을 대상화하지 않고, 그 앞에서 오래 머무르며 존재와 시간, 빛과 침묵의 의미를 되묻는다.
특히 이번 전시는 대구사진비엔날레와 함께 지역성과 국제성이 만나는 장이자, 자작나무라는 한 주제를 평생의 과업처럼 탐구하는 사진가의 집요함과 겸허함을 선명히 드러낸다. 관람객은 사진과 영상 속 자작의 형상 너머로 ‘자연과 나’의 질문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