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우민아트센터의 주제기획전 《아무튼-우리는-이어져-있어》(9.5-10.31)는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연계전시로 림배지희, 민예은, 박해빈, 정철규 작가 4인이 참여하여 다양한 매체와 표현을 통해‘나’의 존재와 그 이어짐을 보여준다. 전시는 ‘나’(개인)의 비가시적인 기억과 감정, 시간성이 타자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구하며, ‘나-와-타자’라는 잠정적 공동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 하다. 전시에서 다루고 있는 ‘연결’의 의미는 물리적 행위를 넘어서, 주체와 타자가 어떻게 윤리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에 대해 주목한다.

《아무튼-우리는-이어져-있어》, 전시 전경
ⓒ 촬영 진민아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1906-95)는 ‘타자’를 이해 불가능한 존재, 즉 나의 인식이나 동일성으로는 환원될 수 없는 절대적인 자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타자’는 ‘나(주체)’의 바깥에 있지만, 동시에 나의 존재를 근본적으로 구성하는 윤리적 조건으로 기능한다. 요컨대, ‘타자’는 나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 나의 주체성을 가능케 하는 전제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와-타자는 비대칭적이고 비가역적인 관계 속에서 서로를 비추며 존재를 이룬다. 두 존재는 동일성의 논리에 묶이지 않고, 오히려 차이를 보존하며 이질성을 인정하고 서로를 향해 열려 있는, 즉 비동일적 관계 안에서 서로를 이어간다.
진정한 연결은 동질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차이 속에서 형성되는 존재론적 상호의존성에 있다. 우리는 완전히 같아질 수 없기에, 그 불완전한 차이를 품으며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열린 관계 안에서 비로소 ‘나’와 ‘타자’는 서로를 향해 응답하며 새로운 윤리적 가능성과 공동체적 의미를 만들어 간다.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없기에, 함께 존재할 수 있다. 아무튼-나와-나의-타자들도 마찬가지다.